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다른 우주의 이야기...>그 울창한 대나무숲의 신은 남자신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대나무숲에서 조금 떨어진 한 강의 신을 사랑했답니다. 그 강은 맑은 물이 흘러 사람들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었고 또한 많은 생물들이 살아가는 곳이었답니다.
참고로 대나무숲의 남자신보다 연상의 신이었지요.
대나무 숲의 신은 어느 날, 달이 휘영청 아름답게 떠있던 밤에 강의 신에게 당신을 사랑하고 있노라고 고백했다고 합니다.
강의 신은 말없이 그에게 웃어주었다네요.
그렇게 두 신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다른 별들로부터 온 전쟁의 신들이 그들이 살고 있는 별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길고 긴 전쟁중에, 강의 신은 최전선으로 나가기로 결심하고는 대나무숲의 신에게 말했습니다. 자신을 기다리지 말라고... 강의 신은 말했다고 합니다...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강의 신이 전쟁을 끝나고 돌아왔을 때 자신의 강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지만 대나무숲은 사라져 있었지요.
강의 신이 쓸쓸해하고 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대나무숲의 남자신의 목소리였어요!

"나는 이제 대나무숲의 신이 아니라 그저 나이 많은 나무 한 그루의 신이 되어버렸어요. 그래도... 이런 저라도... 사랑해주실 수 있을까요?"

강의 신은 이젠 많이 약해졌으나 여전히 아름다운 나무의 신을 바라보았습니다. 강의 신이 그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말했지요.

"나를 기다려줘서 고마워."

두 신은 서로를 꼭 껴안았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그림 : 노순덕
글 : 이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