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완료 후, 구매내역에서 7일 간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기한 이후 다운로드를 원하실 경우
재구매를 해주셔야 합니다.)
디지털/전자책 특성 상 전자상거래법 제 17조에 의거하여 구매 이후에는 어떠한 사유로도 교환 및 환불이
불가합니다.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산책을 나갔다가 길가에 핀 봄꽃들 앞에서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습니다. 특별히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냥 아름다웠습니다. 매화가 아직 차가운 바람 속에서 꽃잎을 열고 있었고, 개나리가 담장 아래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고, 진달래가 온 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그 앞에 서서 저는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그때 마음속에서 아주 작은 물음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사람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몸도, 마음도, 삶도 — 꽃처럼.
꽃은 스스로를 아름답게 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그냥 핍니다. 제 빛깔로, 제 향기로, 제 자리에서. 매화는 추위를 핑계 삼지 않고, 민들레는 장소를 탓하지 않고, 연꽃은 진흙 속에서도 맑은 채로 피어납니다. 꽃에게는 피어나는 것이 곧 존재의 방식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너무 자주 스스로를 작게 여깁니다. 충분하지 않다고,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조건이 갖춰지면 그때 제대로 살겠다고 미루고 또 미룹니다. 그러나 꽃은 기다리지 않습니다. 주어진 계절에, 주어진 자리에서, 바로 지금 피어납니다.
이 시집을 쓰면서 내내 이것을 생각했습니다.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그 이야기가 사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매화처럼 혹독한 시간 속에서도 먼저 피어난 사람, 수국처럼 혼자일 때는 작아도 함께이면 눈부신 사람, 억새처럼 바람에 기울면서도 뿌리를 놓지 않는 사람 —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는, 어쩌면 바로 당신인 사람들.
이 시집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꽃들을 담고 있습니다. 각각의 꽃은 저마다의 계절에 피어나듯, 각각의 시는 우리 삶의 저마다 다른 순간을 향해 쓰였습니다. 설레는 봄날에 읽어도 좋고, 뜨겁게 지쳐가는 한여름에 읽어도 좋습니다. 쓸쓸한 가을 저녁이나, 긴 겨울 밤에 이 책을 펼쳐 들어도 좋습니다. 어떤 계절에 읽든, 당신에게 맞는 꽃 한 송이가 먼저 고개를 들 것입니다.
한 가지만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꽃은 꽃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피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입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특별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살아 있기 때문에 이미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이 시집은 당신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책이 아닙니다. 당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당신 스스로 발견하도록 곁에 있는 책입니다.
꽃을 사랑하는 분께, 산책을 좋아하는 분께, 지금 자신의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는 모든 분께 이 시집을 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 스스로를 꽃처럼 아름답다고 아직 말해본 적 없는 당신께.
당신도, 꽃처럼
피어날 수 있습니다
아니, 이미 피어 있습니다
다만 아직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큐티랜드
봄날의 산책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