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전을 하고 있었다.
목적지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이별이라는 이름의 소행성 주위를 정처 없이 떠돌고 있었을 뿐.
헤드라이트를 켜자, 차가운 별의 표면에 웅크린 네가 보였다.
온몸이 슬픔이라는 빛에 잠겨, 형태조차 희미해진 너.
창문을 내리고, 나는 말했다.
"타."
목소리가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이 별에선 어떤 소리도 의미가 없으니까.
"하나의 별에 너무 오래 머물면, 그게 온 우주인 줄 알게 돼.
네가 길들인 장미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우주엔 시시하고 따분한 별들이 생각보다 많아.
적어도 여기보단 덜 외로운 별들이."
내 손에 들린 것이 운전대인지, 혹은 구원인지 이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 기묘한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어디로든 가야만 했으므로.
나는 그저 엑셀을 밟았다.
어디로 가는지, 혹은 갈 수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이 작고 슬픈 별에서 너를 태우고 떠나는 것.
그게 내가 할 일의 전부라고, 나는 생각했다.
어쨌든 라디오에선 꽤 괜찮은 노래가 나오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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