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빛과 장미의 부케

아이보리 캔버스 위에 한 다발의 꽃이 단정히 묶였습니다. 중심에는 깊은 적색의 장미가 자리하고, 그 옆을 붉은 튤립과 옅은 하늘빛 라넌큘러스가 감싸며 온도의 대비를 만듭니다. 아래쪽에는 둥근 머리의 푸른 수국이 부피감을 잡고, 뒤쪽에서는 델피늄과 에린지움이 가느고 단단한 선을 세워 화면을 시원하게 엽니다. 왼쪽 가장자리의 은방울꽃이 흰 숨을 더해 부케의 호흡이 한층 깨끗해집니다.

구성은 장미를 중심으로 한 비대칭 균형입니다. 둥근 형태와 뾰족한 형태가 번갈아 배치되어 리듬을 만들고, 세로로 모아 묶인 줄기와 아마 끈의 매듭이 시선을 아래로 정리합니다. 붉은색과 여러 톤의 파란색이 보색 관계로 만나 긴장과 평화를 동시에 들려주며, 넓은 여백이 꽃다발의 존재를 또렷하게 띄워 줍니다.

표면에는 얕은 임파스토와 얇은 글레이즈가 겹겹이 올려져 있습니다. 장미와 튤립의 꽃잎에는 짧고 두툼한 스트로크가 벨벳 같은 촉감을 남기고, 수국과 라넌큘러스에는 부드러운 번짐이 스며들어 물기 어린 광택이 맺힙니다. 델피늄과 에린지움의 가시는 드라이 브러시의 가는 결로 살아나고 잎사귀의 잔맥은 올리브와 사파이어 그린이 차분히 겹쳐 표현됩니다.

이 작품은 생동과 평온이 함께 있는 꽃 초상입니다. 거실과 현관, 침실 협탁, 드레스룸 벽에 걸면 공간이 한층 맑고 품위 있게 정돈됩니다. 아이보리와 원목 인테리어에는 따뜻하게 어울리고 그레이와 네이비 공간에서는 선명한 포인트가 됩니다. 단독으로도 충분하지만 같은 시리즈의 단일 꽃 작품과 함께 걸면 계절의 온도를 자연스럽게 이어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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