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를 긋는 불빛 — 유성

짙은 청록의 밤을 배경으로, 별들은 점(點)으로 응고하고 유성은 선(線)으로 번진다.
우상단에서 사선으로 쏟아지는 황금의 궤적들은 한 획의 거대한 서예처럼 화면을 가르고, 좌하단의 녹광(綠光)을 머금은 핵은 마치 먹물이 번지듯 기체와 먼지를 흩뿌린다.
지평선 너머 낮은 산능선은 어둠의 면(面)으로 눌러 앉아, 점·선·면의 간결한 문법만으로 광대한 스케일을 세운다.
은하의 대각선 흐름이 유성의 경로와 포개지며, 하늘 자체가 하나의 오선지처럼 리듬을 만든다.

색채는 차가운 밤의 청과 뜨거운 불의 금이 정면으로 만난다.
차가움은 깊이를, 뜨거움은 속도를 담당하며, 두 온도의 충돌이 화면에 시간감을 부여한다.
여백을 넉넉히 남긴 하늘은 소실점을 거부하고, 방향만을 강조하는 수많은 선들이 ‘지금 여기’의 순간을 길게 끌어당긴다.
파편의 굵기와 밝기의 변화는 앞서고 뒤따르는 시간을 층위로 만들고, 보이지 않는 소리—바람, 타는 냄새, 미세한 진동—를 관객의 감각 속에 불러낸다.

결국 이 장면은 낙하가 아닌 기록에 가깝다. 수천 년을 떠돌던 한 알의 돌이, 잠깐의 불이 되어 자신의 생애를 하늘에 적는 순간. 영원의 배경 위에 찍힌 한 줄의 속기(速記)는 묻는다—나는 무엇으로 흔적을 남길 것인가, 그리고 그 흔적이 사라진 뒤에도 밤은 어떤 색으로 계속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