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2

하버드와 카네기가 응답한 예쁜 이과 굿즈,
크리에이터 ‘헤일메리’ 인터뷰

우주와 인간 문명이 만나 우연히 만들어지는 로맨틱한 이야기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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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헤일메리 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헤일메리 입니다.

우주와 인간 문명이 만드는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예쁜 이과 굿즈를 만들어요.


출처: 헤일메리 X(@by_hailmary)

출처: 헤일메리 X(@by_hailmary)


계정명인 '헤일메리'는 무슨 뜻이 담겼고
어떤 계기로 쓰게 되셨나요?


시작할 때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그때 앤디 위어의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 를 읽고

대충 입에 잘 붙는군! 하고 지었어요. 심지어 다 읽은 상태도 아니었어요.

결말이 마음에 쏙 들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프로젝트 헤일메리’ 는 정말 우주 최고의 SF소설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출처: 교보문고

출처: 교보문고


마플샵이랑 SNS만 봐도 과학 덕후 느낌이 물씬 나세요.
실제로 이공계 전공이신가요?
본업도 관련 직업인지 궁금해요.


항상 받는 질문입니다.

이과인지 문과인지요. 정말 모두가 물어봐요.


그런데 이 질문 받는 게 웃겨서 그냥 궁금해하도록 두고 싶습니다.

본업이 있지만 요즘은 굿즈 만드는 일이 폭주하는 바람에 ‘헤일메리’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출처: 헤일메리 X(@by_hailmary)

출처: 헤일메리 X(@by_hail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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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빠진 계기가 궁금해요.
특히 천문학에 끌린 이유는 뭘까요?


저는 유치원 때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을 외우던 기억이 처음으로 떠올라요.


그래서 명왕성이 퇴출되었을 때,

제가 인식한 최초의 우주가 바스라졌을 때 그렇게 속상했나 봐요.

어릴 때 만든 스티커 중에 ‘명왕성 외계인’을 상상해 그려 만든 굿즈가 있었어요.


아마 이때쯤부터가 아닐까요?


최근 헤일메리 님의 굿즈가
하버드와 카네기에도 전해졌다고 들었어요.

출처: 헤일메리 X(@by_hailmary)

출처: 헤일메리 X(@by_hailmary)

덕후 입장에선 정말 짜릿한 순간일 것 같은데요,
그때 기분이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헤일메리’ 이름으로 해외에 보내는 첫 번째 택배가

하버드 건판 저장소와 카네기 천문대가 될 줄이야!!


저는 이렇게 ‘진짜’ 과학자 분들이 제 굿즈를 좋아해주실 때

너무 감사하고 기쁜 동시에 의문도 조금 느껴요.


(그치만… 당신은… 진짜 천문학자잖아…??)


출처: 헤일메리 X(@by_hailmary)

출처: 헤일메리 X(@by_hailmary)


저는 연구자분들을 위해 굿즈를 만들지 않아요.

저처럼 과학을 가벼운 농담거리로 삼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죠.


그런데 그게 ‘진짜’ 과학자 분들께도 인정받을 때

신기하고, 이상하고, 무척 감사한 일이에요.


’굿즈의 대상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려 했던 노력이 의미 있었구나!’ 하는 기분이죠.


마플샵에는 여러 사랑이 담긴 굿즈가 있지만,
‘학문’을 향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 굿즈는 드물죠.
처음 이과 굿즈를 만들기로 한 계기가 궁금해요.


처음엔 아무 생각 없었어요.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아무도 안 만들어주는 거예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만들기로 했죠.

기존 굿즈들도 성에 안 찼거든요.


종종 NASA 굿즈샵을 구경하다 이마 짚는 게 제 소소한 취미예요.

그치만 저는 그들의 살짝 맛간 이과 감성 또한 너무 사랑하긴 합니다…


출처: 헤일메리 X(@by_hailmary), NASA

출처: 헤일메리 X(@by_hailmary), NASA


과학을 굿즈로 풀어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대상을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블랙홀 굿즈를 만들기 전엔 관련 도서 몇 권을 꼭 챙겨 읽어요.


그리고 ‘라이센스’요.

저작권을 위반하지 않도록 항상 최선을 다합니다.

NASA처럼 특별한 경우 외 상업적 사용이 가능한 소스를 우선 사용하고,

그 외에는 규정을 꼼꼼히 확인하고 꼭 지키려고 해요.


출처: 헤일메리 X(@by_hailmary)

출처: 헤일메리 X(@by_hailmary)


창작물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투영되기 마련인데요.
지금까지 만든 굿즈 중 ‘이건 정말 내 취향이다’
혹은 ‘나와 가장 닮았다’고 느낀 아이템이 있을까요?


도대체 제 취향이 아닌 굿즈가 없어서 하나를 꼽기 어렵네요.

대신 대표작을 꼽자면 ‘궤도 유리잔’을 고르겠어요.


무엇을 말하는진 몰라도 예뻐서 사고 싶은 굿즈의 시작이었죠.


출처: 헤일메리 X(@by_hailmary)

출처: 헤일메리 X(@by_hailmary)


X에서 은하 이야기를 자주 나누시더라고요.
그중에서도 가장 애정하는 ‘최애 은하’가 있다면요?
그 이유도 함께 듣고 싶어요.


저는 사실 우주선이나 행성을 더 좋아하긴 합니다.

굳이 고르자면 ‘우리 은하’를 선택할래요.


다른 은하들은 바깥에서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우리 은하’ 안에 있기 때문에 그 외관을 보려면 은하 밖으로 나가야 하죠.


인류는 이제 겨우 태양계 밖을 나섰고요.

우리는 우리 은하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어요.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추측할 뿐이죠.


정체가 가장 궁금한 ‘우리 은하’를 최애로 꼽겠습니다.




마플샵 입점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자본금이 필요 없는데 망설일 이유가 있나 싶어요.

뭐든 안 하는 것보단 도전해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마플샵은 더 그래요.

일단 해보고 실패해도 크게 손해 보는 게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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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본 크리에이터가 있을까요?
즐겨보는 SNS 계정을 추천해 주셔도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이트를 몇 개 추천해 드릴게요.


① 하버드 스타글라스


유리 건판으로 찍은 천체 사진을 산더미처럼 구경할 수 있어요.

특히 하버드 천문대는 당시 (비교적 임금이 낮았던) 여성 천문학자를 고용해 천문학에 통계학적 방법론을 적용하기 시작한 역사가 있습니다.

그에 대한 긍지가 느껴지는 아카이빙이라 제가 다 뿌듯해요.


출처: 하버드 스타글라스 (https://starglass.cfa.harvard.edu/)

출처: 하버드 스타글라스 (https://starglass.cfa.harvard.edu/)


② 아폴로 프로젝트 플리커


천문학자들은 아주 관대합니다.

’내가 이런 것까지 봐도 되나…’ 싶은 걸 전부 공유해요.

아폴로 미션 여정 동안 찍은 사진이 몽땅 올라와 있는데,

마구 찍은 연속 사진들이 몹시 생생해 소름끼쳐요.


출처: 아폴로 프로젝트 플리커 (https://www.flickr.com/photos/projectapolloarchive/)

출처: 아폴로 프로젝트 플리커 (https://www.flickr.com/photos/projectapolloarchive/)


혹시 아직도 달 착륙 음모론을 믿는 분이 있다면 꼭 들어가보세요.

이 양의 사진을 이 퀄리티로 조작하는 것보다

사람을 달에 보내는 게 쌀 겁니다.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 역주행하면서
상대성 이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던 시기가 있었죠.
이때처럼 ‘붐’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토픽이 있을까요?


맞아요,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단어가 엄청나게 대중화됐죠.

하지만 그건 정말 특이 케이스였어요.

제가 좋아하는 건 쉽게 붐이 일진 않더라고요. 오래 기다려봤거든요.


굿즈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저는 붐을 기다리다 지쳐, 직접 만들어 보려는 사람 쪽이에요.


최근 유리 건판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키링을 만들었어요.

‘그게 뭔데?’ 하는 반응을 생각해 팔 생각도 없었죠.

그런데 의외로 원하는 분들이 정말 많았고, 정말 큰 사랑을 받았어요.


출처: 헤일메리 X(@by_hailmary)

출처: 헤일메리 X(@by_hailmary)


흥미로운 점은 유리 건판을 모르는데 ‘그냥 예뻐서 샀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이번에 저를 통해 유리 건판을 알았다고요.

좋아하는 걸 자연스럽게 알리는데 성공한거죠!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또는 로맨틱한) 존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우주와 인간 문명이 만나

우연히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을 좋아해요.

그냥 존재했던 우주와 인간의 문명과 맞물려 생기는 로맨틱한 이야기들이요.

예를 들자면 명왕성은 2006년 태양계에서 퇴출되었어요.

작고, 삐뚤어지고, 차갑고, 어두워서요.

그 뒤로는 온 지구인의 연민의 대상이 되었죠.


그런데 2015년, 탐사선 뉴호라이즌스가 보내온 사진에서

명왕성은 뺨에 커다란 하트를 품고 등장해요.

명왕성의 지형이 인간 문명에서 '사랑의 기호'와 닮아 있는 겁니다.


누군가는 ’명왕성이 지구에 보내는 사랑의 인사’,

’아직도 우리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명왕성’ 같은 말을 남겼죠.


출처: 헤일메리 X(@by_hailmary)

출처: 헤일메리 X(@by_hailmary)


명왕성의 탐사선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명왕성 이름 ‘Pluto’는 그리스 신화 속 저승의 왕에서 따왔어요.

신화에서 죽은 이들은 저승의 뱃사공에게 동전을 주고 강을 건너야 합니다.

그래서 그리스식 장례엔 망자의 입 안에 동전을 넣어둬요.


이 저승 뱃사공의 이름은 명왕성 위성 ‘Charon’에 붙었습니다.

탐사선 뉴호라이즌스에는 명왕성 발견자 ‘클라이드 톰보’의 유해와 함께 동전 하나가 실렸어요.


저승의 왕을 향해 가는 망자의 탐사선이고,

그 길에 저승의 뱃사공을 통과해야 하니까요.


귀엽죠? 로맨틱하죠?


이번 인터뷰를 통해 더 나누고 싶은 헤일메리 님의 활동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요즘 ‘핼리 혜성’을 소재로 무언가 만들고 있습니다.

핼리 혜성을 닮은 촛대와, 혜성을 기다리며 태울 초로 구성했어요.

출처: 헤일메리 X(@by_hailmary)

출처: 헤일메리 X(@by_hailmary)

요즘 우리는 더 이상 좋은 집, 멋진 차 같은 데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잖아요.

대신 “영화 속편 나올 때까진 살아야지”, “아이돌 컴백까진 버텨야지” 생각하죠.


저는, 핼리 혜성을 기다리기로 했어요.

제 삶의 가장 먼 정거장 중 하나로, 핼리 혜성을 볼 때까지는 살기로 했어요.


평균 76년의 주기를 가진 핼리 혜성은

맨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밝아서 역사 속에 남은 기록도 많죠.

정말 아름답대요. 그 충격을 꼭 직접 느끼고 싶어요.


핼리 혜성은 지금 뱃머리를 틀어 지구로 오고 있어요.

본격적으로 핼리 혜성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하죠. 36년 남았어요!


핼리 혜성, 우리 함께 기다릴래요?


출처: NASA

출처: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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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음… 사실 이미 상상도 못했던 것들을 많이 이뤄서

더 이루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언가를 너무 좋아해서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면 진짜로 닿을 수 있더라구요.


카네기와 하버드에 있는 유리 건판 아카이브에 직접 가보고 싶어요.

카네기 큐레이터분이 제 건판 키링을

전시하고 싶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는데요.

혹시나 실제로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엉엉 울 거예요.


또.. 팝업스토어나 해외 진출 같은 큰 꿈을 꿔봐도 좋겠죠?


끝으로, 헤일메리님 굿즈를 좋아해주시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만 이런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수많은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걸 이야기했을 때 알아들어주고 흥미를 보여주는 사람들이요.

전에는 늘 혼자였는데, 이제는 함께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노력할게요.

계속 함께해주세요. 저를 혼자 두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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